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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김아영, 지예은, 윤가이의 파티에 초대합니다!

<SNL>의 MZ 오피스를 이끄는 이수지, 김아영, 지예은, 윤가이. 이들이 <SNL>을 넘어 자기만의 ‘캐슬’을 설계 중이다.

윤가이가 입은 오프숄더 레드 드레스, 지예은이 입은 크리스털 장식 슬립 드레스는 보다 이승진(Voda Lee Seung Jin), 크리스털 스톤 장식 메시 힐은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김아영이 입은 비즈 장식 원 숄더 드레스는 르블랑 웨딩(Le Blanc Wedding), 이수지가 입은 민트 컬러 드레스는 에델린 꾸뛰르(Edeline Couture), 실버 힐은 지안비토 로시.
머메이드 실루엣의 그린 드레스는 디 아일(The Aisle).

이수지의 멀티 자아

“이거 괜찮겠…죠…? 으하하하.” 이수지가 초록색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으면서 소리쳤다. 평소 노출을 거의 하지 않기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튜브 톱도 부담스러워했다. 그 컷은 실리지 않았지만, 이수지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앉기 불편할 만큼 몸에 밀착한 드레스여서 어정쩡하게 서서 컵라면을 먹으면서도 스태프를 계속 웃겨주는 프로였으니까. “사람들이 내 개그에 웃을 때 가장 행복해요.” 사실 이수지는 낯을 많이 가린다. “제 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가만있어요. 방송도 슛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가만히 고개 숙이고 있어서 제작진이 걱정했대요. 근데 시작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된다면서 신기해해요. 좋아하는 일이니까 자연스럽게 그리 되나 봐요.”

이수지는 2008년 SBS 공채 10기 개그맨으로 <웃찾사>에 출연했는데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2012년 KBS 공채 27기로 <개그콘서트(개콘)>에 합류했다. 이전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다시 신입으로 돌아가 단역으로 1년여를 보냈다. 이수지가 급부상한 것은 영화 <황해>를 패러디한 코너에서 조선족 보이스 피싱 팀장 린자오밍 역할을 하면서다. 연변 사투리를 ‘찰지게’ 쓰면서 현지인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인기를 얻어 코너가 1년여간 이어졌다. 이수지는 연기를 잘한다. 희극인 대부분이 연기를 잘하지만, 특히 이수지는 캐릭터 표현력이 뛰어나며 콩트 연기가 과하지 않고 현실적이다. 그가 닮고 싶은 희극인 선배도 김현숙, 유세윤, 강유미처럼 연기파들이다. 어떤 희극인은 리얼리티나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꿈꿀지 모른다. 인터뷰를 해보면 자기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하고 싶다는 희극인도 많다. 이수지는 ‘콩트’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옷을 갈아입듯이 새로운 사람을 연기하는 게 매력이죠. 다만 한 벌을 계속 입으면 질리듯이 캐릭터도 계속 개발해야 해요. 그 과정이 아주 재미있어요.”

최근 이수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네칼코마니’에서 선보인 신상 캐릭터는 ‘MZ 교포 제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한국으로 온 캘리포니안 틴에이저라는 컨셉이다. 어색하게 굴리는 영어 발음과 미국인 특유의 손을 많이 쓰는 제스처, 한겨울에도 캘리포니아 비치에서 볼 법한 과감한 차림이 특징. 이 캐릭터는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매니저의 친구를 보고 개발했다. “그 친구가 영어를 많이 써서 미국에서 살았냐고 물어보니 ‘G 타운’에서 왔대요. 전라도 광주였어요. 으하하. 그런 독특하고 재미있는 주변 인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희극인은 대부분 관찰력이 뛰어나다. 주변 환경, 사람들의 특징을 잡아내고 극대화한다. 이는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웃음을 준다. “관찰이 생활이죠. 누군가는 제가 너무 빤히 봐서 기분 나쁠 수도 있어요. 식당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그 사람이 독특하다 싶으면 완전히 대놓고 쳐다보죠.”

이수지는 뛰어난 관찰력과 타고난 연기력으로, 시도하는 모사마다 화제다. 오은영 박사, 왕간다, 배우 김고은을 비롯해 최근엔 <불후의 명곡 2>에서 가수 이소라 분장을 하고 비슷한 창법으로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이수지는 모사할 인물의 영상을 많게는 30번 이상 돌려 보면서 입 모양, 말투, 혀의 움직임, 작은 손버릇까지 다 체크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모사 대상자도 인정해야 할 만큼 성의 있고 재미있는 모사지만, 이수지에겐 조심스러운 개그이기도 하다. “언짢으실 수도 있겠다는 마음인지라 준비를 더 많이 해요. 어디까지 가야 할지 선을 지키기가 어려운데 저도 모르게 넘어가는 것 같아요. 모사한 대상을 안 마주쳤으면 좋겠어요. 하하. 근데 얼마 전에 오은영 박사님을 만났어요. 꼭 안아주셔서 눈물이 왈칵 났죠.” 이수지는 출산 후에 눈물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저는 철없는 사람이었는데, 이전보다 사랑이 많아진 것 같아요. 아이가 저를 성장시키고 있어요.”

이수지는 촬영을 쉬는 시간이면 유튜브를 켰다. “으하하하, 랄랄 씨 진짜 잘하네요. 그쵸?”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어봤더니 일부러 최신 유행을 찾아보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원래 이수지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업로드하는 것도 며칠 전 배웠다. 취미는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간식 먹으며 아줌마들과 수다 떠는 것. 남편 얘기, 시댁 얘기, 고들빼기김치 얘기 등을 나누는 사소한 일상이 가장 편안하다. 하지만 <SNL>도 그렇고 희극인은 트렌드를 앞서나가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본인이 개그를 짜는 이수지에겐 더욱. “오늘 같이 촬영하는 아영이, 예은이, 가이한테도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자주 물어봐요. 어이, 젊은 양반들, 좀 가르쳐주게나, 이러면서요. 제가 좋아하는 거만 하면 캐릭터가 국한되잖아요. 감각이 젊어야 젊은 세대도 절 좋아해주고요. 사실 저는 부모님 세대 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MZ 교포 제니 캐릭터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싶었죠.”

이수지가 희극인으로서 갖는 신조는 무엇일까. “예쁨과 망가짐 사이에서 항상 갈등해요.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너 혹시 오늘 예쁜 척했니? 그러느라 웃음을 덜 주지 않았어? 무대에선 인간 이수지를 버리고 희극인 이수지를 택했어요. 남편이랑 연애할 때는 쉽지 않더라고요. 남편이 <개콘>을 보러 왔는데 저도 모르게 예쁘게 보이려는 거예요. 하하.” 자신을 낮추면서 즐거움을 주는 희극인들은 가끔 이런 어려움을 토로한다. 현실과 무대를 구분 못하는 대중에게 멸시를 받았다고. 이수지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제가 자존감이 진짜 높은가 봐요. 이렇게 망가지는 개그를 하면 날 우습게 보지 않을까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이수지가 지키는 또 하나의 개그 원칙은 뚱뚱하다는 코드를 개그에 쓰지 않는 것. “공채 희극인으로 들어갔을 때도 일명 ‘돼지 개그’를 하기 싫다고 했어요. 다들 저보고 애매하게 살쪘다고 더 찌우라는 거예요. 너 어떻게 웃기려고 그러니? 걱정해주시면서요. 의아했어요. 난 그걸로 안 웃길 건데? 물론 간간이 활용할 수 있지만, 그런 개그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고, 전 ‘스킬’로 웃음을 주고 싶었어요.”

이수지가 코미디를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가 확신에 차 있다. 오랜 기간 그것을 숙고하고 연구한 덕일 거다. 그렇게 사랑하는 코미디 무대에 서지 못한 2019~2020년이 인생에서 무척 힘들었던 때다. “일이 거의 없어서 남편에게 생활비를 타서 썼어요. 나는 안 웃긴 사람인가, 코미디가 안 맞나 생각하니까 자존감이 많이 내려갔어요.” <SNL>이 그것을 극복하게 도왔다. 이수지는 이미 유명한 연예인이었지만 <SNL> 오디션에 지원했다. “나중에 PD님이 고마웠다고 하더라고요. 정작 고마운 건 저인데 말이죠. 항상 스케줄 1순위가 <SNL>이에요. 수동적인 저를 능동적으로 바꿔준 프로그램이죠. 그 전에는 캐스팅되면 움직였는데, 이젠 나서서 제안할 줄도아는 사람이 됐어요.”

이수지가 촬영장을 떠나기 전 함께한 김아영, 지예은, 윤가이를 안았다. “항상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거든요. 얻어먹어본 적 없어요. 근데 우리 크루가 진짜 잘나가니, 좀 얻어먹어볼까 봐요. 으하하.” 떠나기 전, 이수지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저는 그런 게 없어요. 항상 오늘을 잘 보내고, 내일 새로운 웃음을 드리기 위해 준비할 뿐이에요.” 김나랑 <보그> 피처 에디터

비즈 장식 원 숄더 드레스는 르블랑 웨딩(Le Blanc Wedding).

김아영의 킵 고잉

길거리에, 지하철 역사에, 극장에, 요즘 김아영의 얼굴이 여기저기에 있다. 이날 촬영을 마치고 그는 핫아이콘상을 받으러 급히 자리를 떴다. <SNL 코리아> 시리즈의 ‘맑눈광’ 캐릭터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저도 모르는 곳에서 제 얼굴이 나오고 있다고 해요. 신기하죠. 달라진 인지도를 체감 못하다가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면 반응이 달라진 게 느껴져요. 반겨주는 느낌.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나 보다 안심되고 기쁘죠. 사실 갑자기 ‘맑눈광’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때는 뭔가 불안했거든요. 거기 너무 휩쓸리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 난 아직 너무 부족한데 왜? 왜일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이제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고, 좋은 반응을 통해 나아갈 힘을 얻고 있죠.”

<SNL>은 관객에게 열린 공개 무대다. 객석에서 오는 강렬한 에너지와 라이브라는 부담감 또한 그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만큼 긴장되고 재밌어요. 학교에서 연극이나 공연을 올린 적은 있지만 이 라이브 무대는 또 다른 순발력과 즉흥적인 것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때와는 확실히 달라요.” 김아영은 <웰컴투 삼달리>라는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주요 경력인 웹드라마 <짧은대본>이나 <SNL>과는 달리 긴 호흡의 정극이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했는지를 촬영이 거의 다 끝날 때쯤 알게 된 것 같아요. 연기는 어떤 매체에서 하든 기본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생각이 일치한 것도 있지만 새롭게 깨우치게 된 것도 많아요. 엄청 배운 거죠. 같이 연기하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지금까지 내 호흡이 조금 빨랐다는 것을 느꼈어요.” 완성본의 호흡을 연기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일까. “그런 부분도 있었죠. 이제 뭔가에 쫓기듯 리액션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의 말을 더 듣고 상황을 더 보고 난 뒤 말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더 자유로워져야겠다 다짐했죠.”

좋은 작품이 그렇듯 좋은 연기 또한 호흡과 호흡 사이, 대사와 대사 사이, 표정과 표정 사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채우는가로 결정된다. 그 틈에서 ‘진짜 같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액션보다는 액션을 기다리는 순간 혹은 리액션의 순간에 관객은 배우가 거기 진실로 존재하는지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최근 드라마를 하면서 그 상황에 있으려고 집중하는 태도가 생겼죠. 그러기 위해 혼자 연습할 때 이것저것 시도하는 편이고요. 그러면 현장에서 어떤 요구를 받아도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으니까요. 대본을 연습할때 상대방 대사를 미리 녹음해서 들으면서 하거든요. 내 대사만 연습할 때보다 리액션에 큰 도움이 돼요.” 연기는 관객에게 ‘진짜 같음’을 믿게 하려는 도전적인 제안과 다름없다. “그래서 더 관찰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상황도 카메라만 놓으면 사실 드라마인 거잖아요. 인터뷰어가 이런 말을 할 때 내가 이런 리액션을 해야지,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 같은 생각을 안 하잖아요. 그냥 놓인 환경에서 충분히 움직일 수도 있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요. 뭔가 이럴 때의 상황을 관찰하고 기억하려고 해요. 연기할 때 진짜처럼 보이게끔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김아영이 보이는 것보다 특출하게 예쁘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세상 어딘가에 정말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그리고 싶어요. 누군가의 연기를 볼 때도 그런 순간에 연기를 잘한다고 느끼거든요.” 원 숄더 비즈 드레스를 입은 김아영이 연기에 대한 소망을 얘기할 때면, 그녀의 말과 달리 특출하고도 예쁘게 반짝인다.

김아영은 MZ 오피스 사원일 때, 초롱이의 전 여자 친구일 때, 1990년대를 누비는 엑스세대일 때 퍽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그를 두고 윤가이는 “페르소나가 많은 배우”라고 표현한다. 김아영은 어떤 때는 현실에 섞이기 싫은 시니컬함을 보이다가 어떤 때는 누구보다 세속적이고 반항적인 동시에 이 사회의 원칙에 자신을 잘 맞추고 싶은 성실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이것은 비단 <SNL>에서의 모습뿐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브이로그,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을 합한 감상이다. “맞아요. 아주 열심히 하는, 성실 모드가 있어요. 그러면서도 반항심도 있고요. 제 브이로그에서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관점을 느꼈다는데 그런 걸 아주 좋아해요. 부정형의 사람도 좋아하고요. 제 유튜브에서 질문 콘텐츠를 시작한 이유도 마냥 긍정적이고 잘 사는 사람들만 세상에 내보이고 싶지 않아서예요.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사람들마다 반응이 아주 다르거든요. 부정적이고 솔직한 친구가 있는데 그의 대답이 정말 좋았어요. 사람들에게도 그걸 들려주고 싶고. 이 세상에는 당신 같은 사람도 있어,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고. 그래서인지 이 콘텐츠에 위로받았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지난해 김아영은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신인여자예능인상을 받았다. 연기자로서 그가 받은 첫 번째 상이다. 모든 것이 막막하던 시절 언제나 자신을 지지해준 오빠를 향한 감사를 담은 수상 소감도 울림이 있었다. 무명 시절이 결코 길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어두운 시기가 있다. 김아영의 터널을 듣고 싶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긴 무명 시절이 아닌데, 당시에는 이런 생각뿐이었어요. 왜 나는 계속 안될까. 그러다 보니 항상 작아지고 부족한 점만 보였어요. 나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요. 대학도 그렇고, 오디션도 계속 떨어지다 보니 잘 모르겠고. 내가 못생겨서 그런 건가, 배우 할 사람이 아닌가, 계속 이유를 찾았죠. 그럴 때도 오빠는 계속 저를 응원해줬어요. 제가 하는 일과 선택을 늘 존중해줬죠. 그게 뭐가 됐든지요. 언제나 의지가 되고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결핍를 찾아내던 물음표의 고리를 끊어준 터닝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특정한 순간이라기보다는 차곡차곡 쌓여서 여기까지 왔어요. 몹시 간절하던 ‘너덜트’ 오디션에 붙었을 때 뿌듯했거든요. 또 <SNL> 제작진으로부터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았고요. 합격 여부를 떠나 연락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뻤죠. 내가 한 일을 누군가 보고 있구나. 그런데 이제 내가 좀 풀리려나라고 느낀 건 해온 일들을 뒤돌아봤을 때였어요. 당시에는 방황하거나 공연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어떤 걸음도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죠.”

이런 경험을 거치며 김아영은 더 여유를 갖고 ‘킵 고잉’ 하기로 했다. “엄청난 목표를 세우면서 살아오진 않았거든요. 제 인생은 계획하지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났어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좀 더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주의이지 무조건 어떤 길로만 걷겠다 하는 치우침은 없어요. 앞날은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던 것처럼요. 앞으로도 주어진 상황에서 그때마다 좋은 선택을 하면서 걸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개인 김아영의 삶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웃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 명성 이런 걸 떠나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한때 과거를 후회한 적도 있었는데 이젠 털어버리고 싶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재밌고 가볍게 즐기자. 그래야 킵 고잉 할 수 있으니까요.”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

화이트 드레스에 옐로 튤 드레스를 레이어드한 드레스는 르블랑 웨딩(Le Blanc Wedding).

지예은의 긍정 꽃밭

“진짜 행복해요. 너무너무.” 지예은은 이 말을 주문처럼 반복한다. “이렇게 행복하다고 하면 행복해지고, 친구들에게도 그 행복이 전파되고, 좋잖아요.” 최근 무엇이 지예은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일주일 전 드디어 독립했어요. 제 힘으로 이뤄서 더 뿌듯해요. 전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이죠.” 덕분에 요즘 지예은의 취미는 ‘오늘의집’에서 인테리어 아이템을 사고 유튜브로 남의 집을 구경하는 것. 그 시간이 설레고 두근거린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예은이 <SNL>에서 연기한 대가리꽃밭이나 초롱이 여친의 해맑은 얼굴이 보인다. 실제 성격과 그녀의 히트 캐릭터는 어느 정도 닮았을까.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무조건 스태프들을 따르기보단 자신의 의견을 귀엽게 피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궁금해졌다. 지예은은 자신은 대문자 ‘I’라고 단언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해요. 집에서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가 배우 한다고 해서 엄마가 깜짝 놀라셨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쳤거든요. 피아노 그만두고 연기 학원에 등록한다고 하니까 왜 그러지 싶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연기에 대한 소망이 있었어요. 친구 따라 연기 학원에 갔다가 이 길로 들어서겠다고 다짐했죠.” 지예은은 속으론 나서고 싶어도 늘 그러지 못했기에, 연기로 억눌린 것들을 푼다고 말했다. “감정을 꺼내 표출하는 연기자란 직업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연기 학원에서도 내 얘기와 억눌린 감정을 꺼내니 시원하게 해소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느낌에서 못 헤어나오겠더라고요. 시간이 갈수록 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예은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기과에 입학했다. 서른을 앞둔 지예은이 자신의 20대는 좋았다고 말하는 큰 이유 중 하나도 학교생활과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이다. “같이 강의실에서 연습하고 작품 준비하고 프로필도 돌리고 즐거웠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 괜찮아졌죠.” 지예은은 학교에서 가장 기억나는 작품 활동으로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한예종 레퍼토리 연극을 꼽았다. “아무리 학교에서 하는 공연이어도 오디션에 합격해야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많이들 주인공 모모를 지원했지만 저는 중간중간 극을 환기해주는 일인 다역 캐릭터를 탐냈죠. 졸업 공연도 기억나요. 창작극에서 배우 지망생 역할을 맡았죠. 배우라는 꿈을 꾸지만 사기를 당해요. 현실적이라 많이 와닿았어요. 연극이 참 좋아요. 현장에서 들리는 관객의 숨소리, 웃음소리가 진짜 힘이 돼요. 지금 하는 <SNL>도 공개 코미디가 많잖아요. 그래서 진짜 재미있어요.”

학교 정책상 1학년 때는 데뷔할 수 없었던 지예은은 2학년 때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웹드라마 붐이 일던 2017년에 웹드라마 <옐로우>에 캐스팅돼 젊은 남녀의 연애사를 시트콤처럼 풀어냈다. 하지만 학교에서 고전 희곡이나 정극 연기에 집중한 탓에 코믹하고 빠른 호흡의 웹드라마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촬영할 때는 또래 배우들이랑 진짜 재미있었어요. 근데 완성본을 보니 내 연기가 오그라들고 부끄러웠죠. 댓글 보면서 막 울었어요. 나 진짜 연기를 못하는구나 반성했어요. 그때 속상하면서도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확고해졌죠.” 본래 지예은이 정말 하고 싶던 연기는 시트콤 연기였으니 더 아팠을 거다. 한예종 입시를 준비할 때도 면접관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시트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순풍산부인과> <논스톱>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다 봤어요. 제 세대 작품이 아닌데도 명작이라 그런지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때부터 시트콤 연기를 하고 싶단 꿈이 자란 거 같아요. 오죽하면 엄마가 ‘그렇게 코믹 연기가 좋으면 아예 개그맨 시험을 봐라’ 하실 정도였죠.”

지예은은 웹드라마 이후 힘든 시기를 맞이한다. “어릴 때부터 제가 잘될 줄 알았어요. 한예종에도 들어가고, 2학년 때 바로 웹드라마에 캐스팅되고, 소속사에도 들어가고. 근데 생각보다 안 풀리는 거예요. 내가 안될 수도 있구나. 자존심도 상하고 울기도 많이 울고. 그런 조급함과 욕심을 다스리면서 내면이 더 성장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를 거예요.” 지예은은 시즌 3에 합류한 초반에는 크루인 김아영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때 무던하게 넘어간 것도 그 시기 덕분이었다. “아영이가 부럽긴 했죠. 하지만 더 멀리 더 넓게 보려고 했어요. 크게 바라지 말고 내 할 일을 잘하고 있자고요.” 그리고 <SNL>에 합류할 때의 기분을 잊지 않으려 했다. “코믹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룬 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야죠. 목숨을 바친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밤새워서 오디션을 준비했거든요.”

<SNL> 제작진은 지예은의 다른 능력도 있지만, 내면의 해맑은 기운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밉상이 되기 쉬운 대가리꽃밭 캐릭터도 그녀가 하면 사랑스럽게 물타기가 되니까. “제가 대가리꽃밭을 준비할 때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밉게 보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악의 없이 진짜 생각이 없는 애처럼 보여야겠다, ‘웃상’을 해서 이 친구의 맑은 영혼을 보여줘야겠다.”

지예은은 캐릭터가 주어지면 스스로 “철저히 분석”한다고 말한다. ‘초롱이 여친’은 촬영 전날인 지예은의 생일에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 지예은은 생일 파티를 하러 모인 한예종 친구들과 함께 초롱이 여친을 어떻게 구현할까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다들 연기과라 발성은 어떻게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도움을 많이 줬어요. 예은이 낼 촬영 잘해야 하니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면서 아이디어를 마구 냈죠. 저는 친구들한테는 내 연기를 보여줘도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같이 꿈을 키우는 친구들이고 그들이 해주는 코멘트가 얼마나 진심인지 아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지예은의 얼굴이 울음을 참는 듯 살짝 일그러졌다. “친구들 얘기하면 울 것 같아요, 진짜.” 아직 데뷔하지 못한 친구도 있는데 서로 정말 잘되기를 진심으로 빌어준다면서, 지예은은 눈물을 삼켰다. “힘들 때 가족만큼이나 친구들에게 힘을 얻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선 감정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친구들 만나면 예은이는 잘될 거라고 해주니까 자존감도 높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져요. 친구들끼리 자주 얘기해요. 버티면 된다고. 즐겁게 버티면 잘될 거라고.”

지예은의 다음 목표는 슬픔을 연기하는 것이다. “코미디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거 같아요. 감정을 극한으로 내몰아서 내 안의 또 다른 것을 표출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는 신인상을 타보고 싶다. “욕심일까요? 그래도 꿈꿔볼래요. 긍정의 힘을 믿어요.” 김나랑 <보그> 피처 에디터

3D 플라워 디테일 드레스는 니콜스포사(Nicole Sposa), 스톤 비즈 장식 스트랩 힐은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윤가이의 비싼 레슨

윤가이는 이럴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 <SNL 코리아> 시즌 4의 크루가 됐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 “다들 놀랐다 정도가 아니라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였죠. 평소 조금 진지한 성격인 데다 친구들 앞에서 장기를 뽐내거나 성대모사도 해본 적 없거든요. 게다가 <SNL>은 상업 중의 상업 프로그램인데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어요. 당시 저는 주로 독립 영화를 하고 있어서 저 자신도 믿기지 않는 행보였죠.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제게 가진 예상과 이미지를 벗어나고, 그 반응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놀랄 만큼 내가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구나, 하는 데서 큰 희열을 느꼈죠.”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출신인 윤가이는 학창 시절 주로 연극 무대에 섰다. 자신이 말한 대로 진지한 배우 지망생이던 그가 <SNL>을 통해 연기의 자유로움을 배웠다. “연기 전공자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조금 매이는 편이긴 해요. 저 또한 제 스타일을 닫아놓는 경향이 다분히 있었어요. 그런데 <SNL> 덕분에 앞으로 더 자유롭고 더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전엔 어떻게 연기해왔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죠.” 배우라는 직업은 무대 위와 카메라 앞에서의 긴장을 피할 도리가 없다. 그 긴장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연기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어쨌든 연기자들은 대본을 받고 그걸 분석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려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부딪히는 현장은 유동적이고 변수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당황스러운 순간이 참 많았어요. <SNL>은 늘 당황의 연속이에요. 원래 제 역할이 다른 배우에게 가기도 하고 다른 배우의 역할이 제게 오거나 애초에 없던 장면이 생겨나요. 어떻게 애드리브를 던지고 장면을 만드느냐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져요. 반드시 대본대로 한다거나 보는 사람들한테 꼭 이걸 전달하겠다는 계획은 허물어져요. 일종의 강박을 내려놓았죠. 무엇보다 공개 녹화 때 관객 반응을 통해 우리가 걸어놓은 장치가 적중했는지 빗나갔는지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어서 신나고 재밌어요.” 예상한 관객 반응이 나왔을 때 흥분해서 호흡이 흐트러진다든가, 그 반대의 경우에는 호흡이 삐끗할 때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이 분명히 있죠. 선배님들을 자랑하고 싶은 이유는 모두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긴다는 점 때문이에요. 개그가 빗나간 순간에는 다들 속으론 큰일 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 여기셔서 저도 당황할 새 없이 그 길로 따라가요. 출연하면서 비싼 레슨을 받는 기분이에요.”

<SNL>의 경우 크루 간의 경력과 경험치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얻는 자양분은 분명 윤택했을 것이다. “맞아요. 매 순간 ‘이건 배워야 해!’ 하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현장에서 눈이 정말 바빴죠. 여기서 던진 대사는 방금 생각한 걸까, 아니면 의도한 걸까. 초반에는 어색해서 궁금해도 참고 있었는데 3~4주 차 될 때부터는 선배들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얻어갈 수 있는 건 다 얻어가고 싶은 의지였죠. 모든 분이 다 열려 있었고 현장에서 늘 평등하게 대해줘서 감사했어요.” 이수지, 김아영, 지예은에게 얻고 싶은 자질은 어떤 것일까. “배우고 싶은 점은 정말 많죠. 우선, 아영 언니는 대본에 충실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표현해내요. 이 한 줄을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까. 서울 사투리 연기할 때 가장 많이 감탄했어요. 애드리브 아이디어나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가 풍부해요. 예은 언니는 모두가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게 있어요. 저건 예은이밖에 못해, 우리가 덤빌 수 있는 분야가 아니야. 자기만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그 강점을 본인이 잘 알고 있어서 놀라워요. 자신 없는 척하지만 누구보다 잘해요. 수지 언니는 워낙 끼와 재능을 겸비한 연기자잖아요. 언니가 촬영장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 특히 여유 있는 태도를 계속 눈으로 따라가요. 애티튜드가 아주 대단해요.” 경력 초기에는 아무래도 주위 동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SNL>은 최고의 직장’이다.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이 지금 제 환경을 진심으로 좋아해줘요. 그곳에서의 경험을 듣고 싶어 하고요. 여전히 친구들과 연기 스터디를 하는데, 제가 현장에서 뭘 보고 어떤 걸 얻어왔는지 공유하곤 해요.”

독립 영화 <선희와 슬기>(2019)로 데뷔한 윤가이는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3)에 짧게 출연했지만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희(김시은)가 취업한 콜센터의 선배 지원 역. 지칠 대로 지쳐버린 무미건조함과 기계적인 능숙함을 통해 콜센터의 비인간적인 공기를 사실적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오디션이 상담 내용이었어요. ‘사랑합니다, 고객님’으로 시작해 고객의 요구에 당황하는 포인트까지 있었는데, 감독님이 오디션 영상 보시고 바로 이 사람이라고 낙점하셨대요. 다른 배우들은 상담 톤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저는 이 인물이 얼마나 찌들어 있는지, 얼마나 지겹고 힘든지, 그럼에도 상담하는 코멘트는 자동적으로 나올 때의 감정에 집중한 것 같았다고요.” 인물의 감정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배우는 주어진 대본 속 인물을 연기하지만, 실은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지 않고는 도달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진실한 감정을 찾기 위해서다.

“10대 때 에이전시를 겸한 학원에 다녔는데, 연기하라는 권유가 설레기보다는 오히려 무섭고 싫은 쪽에 가까웠어요. 자꾸 제 감정을 건드리려 하니까요. 네 얘기를 꺼내봐, 더 보여줘봐, 라고 하는데 보여주기 싫었어요.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자꾸 왜 나를 건드리지?’ 불편했죠. 그런데 어머니가 옆에서 부추기셨어요. 연기도 한번 배워보자. 이걸 꼭 전문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한번 시도해보라면서요. 어머니가 한국 화가세요. 엄마와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이미 중학생 때부터 진로가 그림 쪽으로 정해져 있었어요. 어머니는 그걸 우려하셨죠. 한길로만 가다 보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제가 생각보다 빨리 다른 길을 찾았죠.”

함께 일한 연출자들이 윤가이의 강점으로 뽑는 자질은 ‘습득력’이다. 특히 사람의 특징을 간파해서 모사해내는 통찰력과 표현력은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자질이다. 윤가이는 지금 배우로서 어떤 관점을 갖고 있을까. “예전에 비해 제 감정을 훨씬 익숙하게 들여다봐요. 스무 살 되고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혼자 살 때는 외롭기도 했고, 입시 연기가 아닌 진짜 연기를 해야 한다니 어렵고 힘들었어요. 그 시기가 저를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됐어요.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내가 연기하는 그 인물로 보이면 좋겠다는 거예요. 저 캐릭터가 윤가이인 줄 몰랐다는 게 가장 큰 칭찬으로 들릴 것 같아요. 제가 가진 본연의 기질, 성향, 성격, 습관을 뒤로하고 작품 속 인물로 다가가고 싶어요. 저를 잘 지워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에요.”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