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띤 쾌활한 성격의 그녀. 그러나 푸른 잔디 위에선 순식간에 매서운 맹수로 돌변한다. 스크린 안에선 도화지 같은 배우로, 그라운드 위에선 승부욕 넘치는 선수로. 두 무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 박지안의 다채로운 매력에 푹 빠져보자. /편집자 주
후방에서 먹잇감을 노리다가, 공간이 열리면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 곧장 대포알 같은 슛을 날린다. 요즘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를 보다 보면, 시선을 확 사로잡는 ‘한 선수’가 있다. 배우들로 구성된 FC 액셔니스타(이하 액셔니스타)의 ‘막내’ 박지안이다.
골때녀에 등장한 ‘괴물 신인’, 축구 팬 마음까지 훔쳤다
“골때녀 출연 이후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많아졌다는 걸 느낄 정도로 변화를 체감하고 있어요.” 지난해 4월부터 골때녀에 합류한 박지안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액셔니스타 팀에서 킥을 전담하고 있고, 2024년 SBS 연예대상에서는 베스트 플레이어 ‘올해의 루키상’을 수상해 시상대에 올랐다.
물론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건 없다. 그만큼 축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주변에서는 저를 축구 선수인 줄 알아요. 하하.” 이어 박지안은 “회사 내 모든 분들이 저를 축구 선수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정도로 공을 많이 차요. 일주일에 9번 공을 찰 때도 있었답니다. 이제는 축구가 일상이 됐죠. 마음만은 축구 선수랍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골때녀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도 그녀의 노력이 알게 모르게 깔려있었다. “헬스장에서 우연히 골때녀 프로그램을 봤는데, ‘이거다’ 싶더라고요. 지금 회사와 계약할 때, 가장 먼저 말씀드린 것도 골때녀 출연이었답니다. 사실 오디션을 본 이후 연락이 없어서 조마조마했어요. 2년 정도 기다린 후에야 합류할 수 있었죠. 기다리는 동안에도 풋살 동호회에 가입해서 일반인 분들과 섞여 공을 찼어요.” ‘준비된 인재’였던 셈이다. 이제 축구는 그녀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무대가 됐다.
골때녀 출연은 그녀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약 20년 전, <날아라 슛돌이> 3기에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강인을 보면서 축구에 관심을 가진 박지안은 공을 가지고 나가 이강인이 구사하는 기술을 무작정 시도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직접 옮겼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단지 재미있어서 따라 했던 것 같아요. 볼 리프팅과 드리블을 해보고, 마르세유 턴도 흉내 내보고…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단 생각도 잠시 했었어요. 어릴 때 공을 차며 놀았던 게 모두 지금을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골때녀에서 처음 공을 찰 때 어색하지 않았던 것도, 결국 예전에 몸에 익혀 둔 감각 덕분 아닐까요? 그래서 골때녀를 하면서 ‘이건 운명이다’라고 직감했어요. 하하.”
운동이 그녀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할아버지가 탁구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가 농구 국가대표 출신인 ‘운동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운동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됐고, 이러한 환경은 지금의 박지안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엄마가 농구 선수로 활동하셔서 경기장에 자주 따라갔고, 선수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익혔죠. 선수들 이름을 외우고, 농구공을 튀기며 노는 게 일상이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땐 농구 선수로 뛰기도 했다.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워낙 컸기 때문에, 농구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에 그만뒀어요. 물론 부모님은 반대하셨죠. ‘연기를 할 바엔 운동을 하라’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렇게 그녀는 체육학과에 진학했다. 부모님의 바람이기도 했으나, 그녀에겐 배우가 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사실 체육학과를 간 것도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어요. 대학을 가야 한다면, 내가 가장 잘하는 걸 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저만의 무기를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향후 배우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운동과 늘 함께였던 성장 배경이 골때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으니 말이다. 골때녀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님이 원하셨던 ‘운동’과 자신이 원했던 ‘연기’, 두 분야를 모두 아우르게 된 셈이다. “동료들과 패스를 완벽하게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간 골이 들어갔을 때 정말 짜릿해요. ‘이 맛에 축구를 하지’ 싶어요. 부상을 당해도 계속 공을 차고 싶고, 힘들어도 계속 뛰고 싶어지는 이유에요. 참, 연기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답니다. 에너지가 더 끓어오르고,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게 수월해졌어요. 축구를 하면서 느낀 감정들이 연기에 그대로 스며드나 봐요.”
‘도화지’ 같은 배우를 꿈꾸는 박지안
프로 선수 못지않은 축구 실력을 자랑하지만, 그녀의 ‘본업’은 엄연히 배우다. 학창 시절 농구 선수로 뛴 경험과 체육학과 전공까지, 그녀의 이력을 쓱 훑어보면 ‘운동선수 지망생’이었다고 오해할 법도 하다. 하나 ‘배우’는 그녀의 심장을 가장 먼저 뛰게 한 일이자, 가슴 한편에 늘 품고 있었던 꿈이다.
물론 배우가 되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배우가 되는 걸 반대하시던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부모님께 간절한 마음을 전했어요. 단순히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연기를 정말 오래도록 하고 싶다고 말이죠. 경험이 쌓여야 깊이 있는 연기가 가능하잖아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설득했죠.”
그래도 ‘악바리 근성’을 가진 그녀답게, 배우의 꿈을 기어코 이뤘다. 2018년 독립영화 ‘비잉미’로 데뷔한 박지안은 2021년 울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여고부 2위 한정민’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상을 수상했고, 2024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에서 기자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밖에도 영화 ‘우리의 바다’. ‘동감’, ‘담쟁이’, ‘야구소녀’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서서히 넓혀갔다. 하나 배우로서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훨씬 많다.
여러 색을 담아낼 수 있는 ‘도화지 같은 배우’를 꿈꾼다던 박지안은 “하얀 도화지는 어떤 색을 입혀도 다 표현해낼 수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담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축구와 연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배우’ 박지안은 팬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골때녀를 하면서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주변의 관심을) 체감하지 못한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답니다. 평생 잊지 않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 <베스트 일레븐> 2025년 4월 호 ‘스크린과 그라운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