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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미소를 삼킨 여자 [SS인터뷰]
이루다. 사진 | iHQ
‘배우 전향’ 우주소녀 루다, MBC ‘태양을 삼킨 여자’서 열연
장신영 딸役 맡아 강렬 존재감…우주소녀 팬들 위해 “깊이 있는 사람 되고파”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살면서 그렇게 울어본 적은 없어요.”

우주소녀 팬들에게도 낯선 얼굴이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 이루다가 MBC 일일극 ‘태양을 삼킨 여자’에서 백미소를 연기하며 쏟아낸 것은 눈물 이상이었다. 백미소의 억울함과 절망 그리고 이루다의 내면이었다.

백미소는 극에서 누명을 쓰고 비극적으로 퇴장했다. 이루다는 미소를 통해 갈등의 축을 극에 남긴 채 떠났다. 촬영 기간 내내 감정신은 유독 많았다. 길거리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억울하고 서러워서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울었다. “평소에는 화를 내지도, 울지도 않는 편이에요.” 격한 감정신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기진맥진할 정도였다. 다만 감정의 소모가 아니라, 몰입의 여운이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감정을 완전히 비워낸 뒤 도달한 지점. 그곳에는 ‘인간 이루다’의 민낯이 있었다.

이루다. 사진 | iHQ
배우라는 하얀 도화지

걸그룹 우주소녀 출신의 이루다에게 연기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팬들이 기억하는 ‘루다’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배우 이루다’는 백지에 가까웠다. 실제로 그가 걸어온 연기 이력도 익숙함을 비켜갔다. ‘나의 X같은 스무살’의 배누리, ‘린자면옥’의 강단아, ‘이웃집 악당’의 박세영까지. 낯선 역할, 복잡한 감정. 그리고 이번에는 백미소였다.

“미소는 어렵지만, 꼭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생각하시는 것처럼 마냥 밝기보단, 우울한 모습이 있는 사람 같아요. 그래서 미소의 어두운 감정을 꼭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이루다. 사진 | iHQ

 

캐릭터와 동화하다

이루다는 극단으로 내몰린 백미소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정신의학 관련 영상도 찾아봤다. 감정의 흐름을 납득해야 연기가 가능했다. 시청자들이 백미소의 서사에 현실의 일인양 안타까워한 것도 이루다의 집요한 분석이 있어 가능했다. 그렇게 백미소를 파고들며 이루다는 자신과도 마주했다.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면 결국 저를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제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만 신경 썼는데, 지금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돼요.”

이루다에게 연기는 곧 자신을 탐구하는 행위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는 다짐도 진심이었다. 모니터링을 반복하는 건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과정이다. 부족한 장면을 보면 괴롭지만, 예상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끌어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

도전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 이루다답다. 낯선 곳을 향해 자연스럽게 내딛는 발. 혼자 여행을 떠나고, 고장 난 키보드를 직접 고치며, ‘총, 균, 쇠’를 읽고 인류의 기원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잘할 수 있는 역할보다 “이루다가 저걸?” 싶을 만한 캐릭터에 더 끌린다. 미지의 우주 속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이루다는 지금도 자신을 발견하는 중이다.

이루다. 사진 | iHQ

 

우주에서 온 소녀, 우정의 자랑이 되다

이루다는 “우주소녀는 제 인생의 절반”이라며 “저라는 사람을 만들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존재”라고 말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이루다는 우주소녀라는 울타리 안에서 연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울타리 밖에서 이루다의 감정을 끌어올려주는 하나뿐인 존재들이 있다. 바로 팬들이다.

“팬분들은 대가 없이 저를 응원해주세요. 전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마음을 받아도 되는지 싶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응원이 제가 살아갈 계기이자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자랑스럽고 떳떳할 수 있도록’, 팬분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roku@sportsseoul.com